관측 경험기

스타링크 열차를 처음 본 날

양평에서 위성 28기가 줄줄이 지나갔다 — 2026년 6월 13일 관측기

읽는 시간 약 7분
"저 별들이 줄줄이 움직이는 게 뭐야?" 옆에서 캠핑 의자에 앉아 있던 친구가 갑자기 하늘을 가리켰다. 나는 이미 알고 있었다. 하지만 그 광경을 직접 보는 건 처음이었고, 아는 것과 보는 것은 역시 다른 일이었다.

발사 3일 후라는 건 이런 의미다

스타링크 G7-5 배치가 2026년 6월 10일 케이프 커내버럴에서 발사됐다는 알림을 받은 건 스마트폰 뉴스였습니다. 위성 관측을 시작한 이후로 스타링크 발사 뒤 3~5일이 열차 관측의 적기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, 실제로 관측 조건이 맞아떨어진 건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.

발사 직후 위성들은 250~280km 초저궤도에 있습니다. 아직 각자의 운용 궤도(530~560km)로 상승하기 전이라 일정한 간격을 유지한 채 하나의 긴 열처럼 움직입니다. 이 간격이 눈에 보일 만큼 선명한 건 대략 발사 후 2~6일, 날씨만 맞으면 한국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.

6월 13일 저녁, 마침 친구의 양평 캠핑 초대가 있었고, 날씨 앱은 맑음을 예보했습니다. 저는 미리 한국 위성 트래커에서 당일 통과 시각을 확인해뒀습니다. 서울·경기 기준 21:08 북서쪽 지평선에서 시작, 최대 고도 48°, 21:15 동남동쪽으로 사라지는 패스였습니다.

2026년 6월 13일 21:11 KST · 경기도 양평 · 스타링크 G7-5 (28기)
위 그림은 당시 관측 장면을 재현한 일러스트입니다. 실제 열차 배열과 밝기를 최대한 반영했습니다.

그날 밤 타임라인

20:40
캠핑장 도착 후 의자를 꺼내 하늘 잘 보이는 곳에 자리를 잡음. 하늘은 맑고 은하수가 동쪽에 보이기 시작.
20:58
스마트폰 트래커에서 "21:08 북서쪽 저지평선에서 출현" 알림 확인. 북서쪽 방향으로 몸을 돌림.
21:07
북서쪽 고도 10~15° 부근에서 2등급 정도 되는 밝은 점이 나타남. "왔다!" — 맨눈으로도 바로 보임.
21:08
선두 위성 뒤로 하나씩, 또 하나씩 계속 이어져 나타남. 처음엔 4~5기였다가 순식간에 10기 넘게 줄지어 올라옴.
21:10
친구가 "저거 UFO야?" 물어봄. 설명할 여유 없음. 나도 넋을 놓고 보는 중.
21:11
최대 고도 48° 부근. 선두가 동남쪽으로 내려가면서도 후미 위성들이 북서쪽에서 계속 솟아오름. 이 순간 총 28기가 하늘에 동시에 보임.
21:14
선두부터 하나씩 지평선 너머로 사라짐. 마지막 위성이 동남쪽 15° 아래로 지평선 뒤로 숨음.
21:15
완전히 끝남. 총 7분 관측. 친구와 5분 동안 아무 말 없이 앉아 있었음.

28기가 동시에 보인다는 게 어떤 느낌인가

스타링크 위성 한 기의 밝기는 대략 2~4등급 사이입니다. 선두가 1등급에 가깝게 밝고, 후미로 갈수록 어두워지는 건 각 위성의 태양 패널 방향이 조금씩 달라서 반사 각도가 다르기 때문입니다.

그런데 28기가 일정한 간격으로 줄을 서서 움직이면, 눈으로 보이는 인상은 단순히 "밝은 별 28개"가 아닙니다. 머리로 '위성이다'라고 알면서도 눈이 '뭔가 길게 이어진 것이 하늘을 가로지르고 있다'고 인식합니다. 마치 고속도로 위의 트럭 행렬을 아주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요.

당시 선두와 마지막 위성 사이의 각도 간격이 약 6°였습니다. 6°는 주먹을 쥐고 팔을 뻗었을 때 주먹 하나 너비 정도입니다. 그 한 주먹 길이 안에 28개의 빛이 동일한 간격으로 늘어서 있었습니다.

열차 관측에서 가장 놀라웠던 점 3가지

1. 생각보다 훨씬 빨리 움직인다

ISS는 고도 400km에서 하늘을 가로지릅니다. 스타링크는 발사 직후 250~280km에 있습니다. 고도가 낮을수록 각속도가 빨라 보입니다. ISS가 "천천히 흐르는 별"이라면, 스타링크 열차는 "조금 더 빠른 별들의 기차"였습니다. 멈추고 있는 별들과 비교하면 확연히 움직이는 게 보여서, 처음 본 사람에게는 굉장히 충격적인 광경이 됩니다.

2. 후미 위성이 올라오는 걸 기다리는 긴장감

선두가 이미 천정을 지나는데도 후미 위성들은 아직 북서쪽 저지평선에 있습니다. 선두가 사라지기 시작할 때 후미가 최고 고도에 있는 그 장면은, 하늘 위에 위성 행렬 전체가 활처럼 펼쳐진 것처럼 보였습니다. "아직 안 끝났다"는 기대감으로 계속 하늘을 바라보게 되었습니다.

3. 사진은 생각보다 어렵다

스마트폰으로 촬영하려 했지만 결과물은 실망스러웠습니다. 스타링크 위성 한 기의 광점은 맨눈에는 보여도 스마트폰 카메라엔 잡히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. 제대로 찍으려면 ISO 3200 이상, 노출 10~20초, 수동 초점 무한대, 삼각대가 필수입니다. 그날은 삼각대를 안 가져가서 아쉬웠습니다. 열차 관측을 계획한다면 반드시 삼각대를 챙기세요.

📷 스타링크 열차 촬영 팁

스타링크 열차를 볼 수 있는 조건

조건내용
발사 후 경과일2~6일이 최적. 이후 위성들이 퍼지면서 맨눈으로 이어진 열차 구분 어려움
발사 직후 고도250~280km (저궤도). 일반 스타링크 운용 고도(530~560km)보다 낮아 밝게 보임
관측 시각일몰 후 1~3시간, 또는 일출 전 1~3시간 (지구 그림자 밖에 위성, 지상은 어두울 때)
통과 고도30° 이상 권장. 저고도는 대기층이 두꺼워 희미해짐
발사 정보 출처SpaceX 공식 X(구 트위터) 또는 한국 위성 트래커 알림 기능

다음에 또 볼 수 있을까?

SpaceX는 스타링크 위성을 지속적으로 보충 발사하고 있습니다. 2026년 하반기에만 최소 6회 이상의 배치 발사가 예정되어 있습니다. 매번 발사 직후 2~6일 안에 한국에서 볼 수 있는 통과가 있는지 확인하는 게 핵심입니다. 한국 위성 트래커에서 스타링크 필터를 켜두면 발사 직후 새 배치 위성이 별도 표시됩니다.

다음 관측 기회는 7월 예정인 G8-3 발사입니다. 이번엔 삼각대 챙겨 가겠습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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강형석 — 한국 위성 트래커 운영자
2018년 처음 ISS를 발견한 이후 전국 40여 곳에서 위성을 관측해왔습니다. 직접 경험한 관측 이야기를 솔직하게 씁니다. 오류 지적이나 질문은 언제나 환영합니다. 운영자 소개 →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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